최원대
글쓰기 지도를 하다 보니 직업상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을 많이 본다. 연간 1천 편은 족히 넘는다. 독서 제외하고 말이다.
뻔한 소리지만 글의 수준은 천차만별인데, 서툰 글에서도 유형이 있다. 문장의 기본기가 부족하거나, 문단을 못 짜거나, 주장만 있고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제각각이다. 그중에서 가장 발전 속도가 더딘 유형이 있다. 이 유형을 만나면 애초에 훈련 기간을 길게 잡는다.

요즘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중독의 차원은 아니고 수용체가 줄어드는 것이지만 어느 쪽이든.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기능이 보상과 동기부여다. 즐거움을 느끼거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 보상을 다시 받으려면 특정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도파민을 가장 빠르고 쉽게 분비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이른바 숏폼 컨텐츠 시청이다. 1~2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는 단시간에 뇌를 엄청나게 자극한다.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엄지손가락을 툭툭 튕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문제는 자극을 얻는 방식이 너무나 쉽고 간단하다는 데 있다. 1분이면 얼마든지 쉽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다.
그 폐해는 긴 콘텐츠 소비의 감소로 나타난다. 같은 영상을 예로 들자면 영화가 대표적이겠다. 요즘 극장이 한산한 이유가 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일까? 최소 90분이 넘는 그 시간을 못 견디는 것이다. 하물며 60분도 안 되는 드라마도 2배속으로 보거나, 요약본을 찾는 시대다.
완독에 최소 며칠씩 걸리는 독서는 어떤가. 게다가 책은 영상처럼 소리도 없고 그림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숏폼에 익숙해지고 나면 독서만큼 지루한 일이 또 없다. 읽지도 않는데 쓰는 건 또 어떻겠나.
글쓰기를 지도할 때 가장 발전 속도가 더딘 유형이 바로 이들이다. 실제 첨삭 지도할 때 숏폼 콘텐츠를 즐겨 보는 사람은 대번에 가려낼 수 있다. 글쓰기 경험이 부족해 전개가 서툰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글을 보면 사고의 흐름이 뚝뚝 끊어져 있다. 마치 1분짜리 숏폼처럼 문단과 문단이 죄다 따로 논다.
이른바 사고의 지구력 부족이다. 몇 미터 뛰다가 지쳐서 주저앉고, 또 조금 뛰다가 숨을 헐떡이니 지속은커녕 완주도 힘들다.

그렇다고 한번에 숏폼 콘텐츠를 끊기는 어렵다. 중독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나. 중독은 의지만으로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뇌는 자꾸만 보상을 원하기 때문에 다른 대체재 없이 무작정 중단하기는 힘들다.
우선은 보상을 얻는 방식을 서서히 바꿔나가야 한다. 앞서 습관 형성 방법으로 소통 중심의 SNS를 권했는데, 소비하는 콘텐츠를 영상에서 텍스트로 옮겨가는 것이 먼저다. 글자를 통해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동시에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점차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삼성 폰의 경우 매주 사용 시간 통계를 보여주는데, 캡처해서 기록해두자. 변화는 항상 눈으로 관찰 가능해야 한다.
활자에 익숙해진 다음은 독서 습관을 들여야 한다. 독서력에 따라 다른데, 평소 책을 많이 안 읽는 편이라면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 없다. 관심 있는 분야 중에서 ‘초보를 위한’, ‘~이 처음’, ‘중학생을 위한’ 이런 제목으로 쉽게 쓰인 책을 찾는다. 만화책도 좋다. 스마트폰이 아닌 책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핵심은 보상을 얻기까지의 절차와 시간을 점차 길게 늘려가는 데 있다. 그래야 지구력이 는다. 생각에도 지구력이 필요하다. 생각을 길게 이어나갈 수 있어야 글에서도 흐름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