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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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2025년 11월 1일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인공지능(AI) 거버넌스를 담당할 새로운 기구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이 제안은 미국 중심의 기술·무역 질서에 대응하며 중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정부 발표문을 통해 “인공지능은 미래 발전에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모든 국가와 지역의 인민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기구가 AI 분야의 거버넌스 규칙을 제정하고 국제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AI를 “국제사회의 공공재(public good)”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 기구의 본부를 상하이에 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다자적 협력 플랫폼으로서의 모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제안은 단순한 기술 협력체 설립을 넘어 지정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은 이 기구를 통해 미국이 주도해 온 AI·기술 거버넌스 질서에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자국 기업의 국제적 역할을 확대하고, 국가 간 기술·데이터 흐름을 촉진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AI 시장에서 핵심 기술로 여겨지는 고성능 반도체나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등에 접근이 쉽지 않은 국가나 기업들에 대해서도, 중국은 자국 중심의 생태계 및 협력체 구축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기구가 구체적으로 실행된다면, 글로벌 AI 산업의 주도권과 규범 형성 권한을 두고 상당한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초기 설계 단계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표준 설계 및 규제 틀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반면 미국 및 서방 중심 기업들은 새로운 국제 규제 틀과 중국발 거버넌스 체계에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행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회원국간 신뢰 구축, 규범 정렬, 기술 혁신과 안전성 확보 간 균형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미국·유럽 등 기존 기술강국 들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합의 없는 다자거버넌스는 또 다른 기술 블록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제안한 이 국제 AI 기구는 초기 단계에서 기술협력, 교육·훈련, 개발도상국 지원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중국이 2026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도시를 지정하면서 이 기구의 설립과 운영 논의에 대한 무게가 더욱 커졌다.
글로벌 AI 거버넌스는 기술 발전만큼이나 복잡한 정치·경제적 메커니즘을 수반한다. 누가 규칙을 만들고 누가 따르는가가 향후 기술 생태계의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다. 중국의 제안이 실질적인 실행력을 갖추게 될지, 또는 또 다른 선언으로 남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