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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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CO는 상하이에 본부를 둘 예정이며, AI 개발 규범과 표준을 조율하는 국제적 거버넌스 허브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주요 목표는 ▲국가 간 AI 정책 조정 ▲기술·데이터 공유 촉진 ▲개발도상국의 AI 역량 강화 ▲공정하고 투명한 알고리즘 생태계 구축 등이다.
조직 내부에는 기술 공유 플랫폼과 ‘AI 공정성 조정 기금’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국의 기업과 연구기관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투표 기반의 거버넌스 모델도 논의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글로벌 AI 혁신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특히 신흥국이 AI 생태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WAICO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AI 시장 질서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대표 기술기업들은 표준 수립 초기 단계부터 참여함으로써 규범적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기존 AI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 체계에 따른 조정 부담과 경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WAICO의 설립이 오히려 기술 패권 경쟁을 완화하고, 개발도상국과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데이터 접근성과 교육·인프라 지원이 병행된다면 AI 격차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제안은 단순한 기술 협력 수준을 넘어, 지정학적 의미를 지닌다. 중국이 서구 중심의 기술 규범 질서에 대응해 ‘다자주의적 AI 거버넌스’를 주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WAICO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협력체”로 규정하며, AI 기술의 윤리적 활용과 국가 주권의 존중을 함께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 처리·공유·활용에 대한 국제 규칙을 통일하고, 알고리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유럽연합(EU)의 GDPR, 미국의 CCPA 등 각국의 규제 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있어, 실제 제도화까지는 상당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합의 없는 거버넌스는 또 다른 기술 블록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은 현재 “AI 발전에 의지가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WAICO의 예비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는 ▲운영 구조 설계 ▲투명한 규범 설정 ▲회원국 간 상호 혜택 보장 등을 중심으로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초기 프로젝트로는 기후변화 대응, 재난 관리, 농업 자동화 등 ‘AI for Good’ 분야가 논의되고 있다. 또한 허위정보 대응, 자율시스템 안전성 검증 등 AI 거버넌스 실험 모델도 병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WAICO가 실제로 실행력을 확보하려면 서방 국가들의 협조와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정학적 경쟁, 기술 표준의 상충, 이해관계 조정 등 복합적 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의 이번 제안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국제 질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AI의 원칙을 설계하느냐’는 문제다. WAICO는 그 질문에 대한 중국식 해답으로 제시된 셈이다.
AI의 발전이 인류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질지, 혹은 새로운 형태의 패권 경쟁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AI 거버넌스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이미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이다.